저작권 소멸시효, 오래된 게시물은 어디까지 배상해야 할까
몇 년 전에 만든 홍보물, 행사가 끝난 뒤에도 웹사이트에 남아 있던 보도자료. 이런 자료를 근거로 손해배상 청구를 받으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하나입니다.
"이렇게 오래된 것도 지금 물어내야 하나."
답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입니다. 무책임한 답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저작권 분쟁의 소멸시효는 하나의 기간이 아니라 세 개의 기간으로 갈립니다. 그리고 게시 기간이 길수록 그중 일부는 이미 지나 있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 소멸시효부터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상대의 청구 | 소멸시효 |
|---|---|
손해배상 (잘못했으니 배상하라) | 알게 된 날부터 3년 / 침해일부터 10년 |
부당이득 반환 (쓴 만큼 돌려달라) | 민사 10년 / 상사 5년 |
같은 사건인데도 상대가 붙이는 이름에 따라 기간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받은 문서에 적힌 청구가 손해배상인지 부당이득 반환인지부터 봐야 합니다.

부당이득 반환에서 5년과 10년이 갈리는 기준은 대법원이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3다264462 판결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상행위인 계약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급부 자체의 반환을 구하는 것"이고 "법률관계를 상거래 관계와 같은 정도로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는 상사 5년, "이와 달리 (중략)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중략) 10년의 민사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
허락 없이 이미지나 글을 쓴 사안은 계약에 기초해 주고받은 것을 되돌려 달라는 성격이 아니어서, 이 기준상 10년 쪽으로 판단될 여지가 큽니다. 다만 개별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10년 썼다고 10년치를 다 내는 건 아닙니다
오래된 자료가 문제될 때 흔한 계산법이 있습니다. "내린 날에 청구권이 생겼으니 거기서부터 시효를 세자." 실제로 2심 법원이 그렇게 판단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2008년 12월에 나온 온라인 게임에 허락 없이 배경음악이 들어갔고, 2016년 5월에야 삭제됐습니다. 2심은 음원을 지운 2016년 5월에 청구권이 생겼다고 보고 그때부터 시효를 셌습니다. 하루하루 사용일을 따지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대법원은 이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3다264462 판결 "계속해서 원고의 허락 없이 이 사건 음원을 이용함으로써 날마다 새로운 이익을 얻고 (중략)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중략) 날마다 성립하고 (중략) 소멸시효도 각각 별개로 진행된다."

쉽게 옮기면 이렇습니다. 게시 첫날의 청구권과 마지막 날의 청구권은 따로 생기고, 시효도 따로 진행됩니다. 그러니 오래된 구간부터 순서대로 시효가 지납니다.
대법원은 2심 판결 중 10년이 지난 부분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다시 재판하라며 돌려보냈습니다.
상대가 "10년간 올려뒀으니 10년치를 내라"고 해도, 앞쪽 구간은 이미 지났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래된 사건일수록 먼저 확인할 것은 금액이 아니라 날짜입니다. 언제 올렸는지, 언제 내렸는지, 상대가 언제 알았는지가 계산의 출발선입니다.

게시 기간과 노출 범위를 다시 계산해 청구액을 조정한 실제 사건은 2,370만원 청구를 500만원에 정리한 사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인지 부당이득인지 확인하세요
두 청구는 출발선이 다릅니다.
손해배상은 상대의 잘못을 전제로 합니다. 그래서 "알게 된 날"이 기준이 됩니다.
민법 제766조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②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에도 전항과 같다.
무단 게시가 계속되어 손해도 계속 발생한다면, 손해배상청구권의 시효도 각 손해별로 따로 진행됩니다. 따라서 침해 사실을 안 지 3년이 지났더라도 전체 청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오래된 손해만 시효가 완성되고 최근 손해는 청구할 수 있습니다.
두 기간은 세는 방식이 다릅니다. 3년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10년은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때부터 봅니다. 10년은 저작권자가 침해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와 관계없이 진행합니다.
상대가 뒤늦게 알았다고 해서 10년이 그만큼 뒤로 밀리지 않습니다.
부당이득 반환은 잘못을 따지지 않습니다. 허락 없이 쓴 만큼 이득을 봤으니 돌려달라는 구조라, 상대가 언제 알았는지와 무관하게 시효가 흐릅니다.
오래 방치한 건 불리하게도 작용합니다
시효만 보면 오래 올려둔 쪽이 유리해 보입니다. 그런데 같은 사실이 다른 쟁점에서는 반대로 작용합니다.
시험이 끝난 뒤에도 기출문제를 수년간 홈페이지에 올려두어 누구나 내려받게 한 공공기관 사건이 있습니다.

대법원 2024. 7. 11. 선고 2021다272001 판결 "공익적·비영리적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중략)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공익 목적이 인정되는데도 공정한 이용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시험이 끝난 뒤 수년간 그대로 뒀다는 사정이 판단에 들어갔습니다.
장기 게시는 시효 쪽에서는 유리하게, 공정한 이용인지 판단할 때는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어느 쪽 무게가 큰지는 사건마다 다릅니다. 한쪽만 보고 방향을 잡으면 다른 쪽에서 무너집니다.
비영리 목적이 공정이용으로 인정되는 범위를 분석한 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몰랐다"는 통하지 않습니다
"저작권 표시가 없어서 무료인 줄 알았다"는 사정이 면죄부가 되기를 기대하게 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앞서 본 2023다264462 판결은 이 점도 짚었습니다.
"이용허락을 받았더라면 이용대가로서 지급하였을 객관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책임이 있고 (중략) 선의의 수익자라고 하더라도 이를 반환하여야 한다."
몰랐다는 사정은 잘못의 정도나 금액을 따질 때 의미를 가질 수 있을 뿐, 시효가 남아 있는 구간의 반환 의무 자체를 없애지는 않습니다. 시효는 "몰랐으니 봐주는" 제도가 아니라 "시간이 지났으니 정리하는" 제도입니다.
바꿔 말하면, 다툴 지점은 "몰랐다"가 아니라 "기간과 금액"에 있습니다. 어느 구간이 이미 지났고 어느 구간이 남았는지, 상대가 제시한 금액이 남은 구간에 맞는지가 실제 승부처입니다.
회신서에 인정하는 표현이 들어가면 시효가 중단될 수 있습니다. 답변서에 쓴 인정 표현이 시효에 미치는 영향에서 다룹니다. 또한 시효 이전에 침해 자체가 성립하는지부터 다투는 경우라면 저작권법 위반 여부부터 확인하는 순서를 함께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이 계산은 자료가 갖춰져야 시작됩니다. 게시 이력이 흩어져 있거나 상대가 금액 근거를 밝히지 않은 상태라면 혼자 따지기 어렵습니다.
법무법인 이현은 받으신 문서와 남아 있는 게시 이력을 함께 확인해, 시효가 지난 구간과 남은 구간부터 나눕니다. 다툴 범위가 정해져야 금액 협의도 시작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소멸시효가 지나면 아예 물어주지 않아도 되나요?
시효가 지난 구간에 한정됩니다. 게시 기간 전체가 한꺼번에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10년간 올려둔 자료라면 오래된 앞쪽 구간은 시효가 지났을 수 있지만, 가까운 뒤쪽 구간은 그대로 남습니다.
Q. 게시물을 지금 삭제하면 그때부터 시효가 시작되나요?
아닙니다. 삭제한 날을 출발선으로 본 2심 판단을 대법원이 뒤집은 사례가 있습니다(2023다264462). 계속 올려둔 경우 청구권은 게시 기간 내내 날마다 생기고, 시효도 각각 따로 흐릅니다. 삭제는 앞으로의 사용을 멈추는 조치일 뿐 시효의 출발선이 아닙니다.
Q. 회신하면서 사용 사실을 인정하면 시효에 영향이 있나요?
있을 수 있습니다. 민법 제168조 제3호는 승인을 소멸시효 중단 사유로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미 시효가 완성된 뒤라면 단순히 책임을 인정했다는 이유만으로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회신 내용에 따라 법적 효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배상 책임이나 금액을 인정하는 표현은 신중하게 써야 합니다.
Q. 형사 공소시효도 같은 기준인가요?
아닙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은 민사 청구의 소멸시효입니다. 형사 공소시효는 형사소송법이 따로 정하고 있고, 친고죄에 해당하면 고소할 수 있는 기간이라는 제한도 별도로 있습니다.
일부 이미지는 AI 생성 연출 컷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