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단체도 저작권 침해일까? 공정이용 판단 기준 5가지
재단이나 공공기관, 비영리단체가 저작권 청구를 받으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돈 벌자고 한 게 아닌데요.”
무료 프로그램 홍보물이었고, 주민 대상 안내문이었고, 예산도 정부 지원금이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영리·공익 목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저작권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저작권법에는 공정한 이용이라는 제도가 있고, 공익성과 비영리성도 판단할 때 고려합니다. 다만 여러 판단 요소 가운데 하나입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공익적·비영리적 목적이 있었던 공공기관의 저작물 이용도 공정한 이용으로 인정하지 않은 적이 있습니다.

무엇을 함께 보는지부터 확인하겠습니다.
공정이용의 기준
저작권법 제35조의5 제2항은 공정한 이용인지 판단할 때 다음 네 가지를 고려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판단 기준 | 확인할 내용 |
|---|---|
1. 이용의 목적과 성격 | 왜 썼는지, 원작을 그대로 썼는지 다른 의미를 더했는지 |
2. 저작물의 종류와 용도 | 정보성 자료인지, 시·소설·미술처럼 창작성이 큰 작품인지 |
3. 이용한 부분의 비중과 중요성 | 전체를 썼는지, 꼭 필요한 만큼만 썼는지 |
4. 시장에 미치는 영향 | 원래 돈을 내고 이용했을 시장을 대신하거나 가치를 떨어뜨리는지 |
대법원 2024. 7. 11. 선고 2021다272001 판결은 1번 ‘이용의 목적과 성격’을 판단할 때 원작을 새로운 표현·의미·메시지가 나타나도록 변형했는지, 원작과 다른 목적과 성격을 가지는지, 공익적이거나 비영리적인 이용인지 등을 함께 고려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즉, 비영리라는 사실은 유리한 요소가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공정이용이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이 네 가지 외에도 이용하게 된 경위나 이용 방법 등을 함께 고려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공공기관도 공정이용을 인정받지 못한 이유
대법원 2024. 7. 11. 선고 2021다272001 판결에서 문제 된 곳은 공공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었습니다.
평가원은 시험 문제에 시, 소설, 미술 작품 등을 사용했습니다. 문제는 시험이 끝난 뒤에도 해당 저작물이 포함된 기출문제를 홈페이지에 올려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도록 장기간 공개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게시에 공익적·비영리적 측면이 있다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그래도 공정한 이용으로 보지는 않았습니다.
첫째, 원작의 변형 정도가 높지 않았습니다.
시험 문제라는 원작과 다른 목적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작물을 시험 문제에 포함한 채 그대로 전송했기 때문에 새로운 표현이나 의미, 메시지로 변형된 정도가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둘째, 이용 범위가 넓었습니다.
이용된 작품은 주로 시·소설·미술처럼 창작성이 큰 저작물이었습니다.
시와 미술작품은 대체로 전체가 이용됐고, 대부분의 게시 기간 동안 게시 기간이나 내려받을 수 있는 사람에도 별다른 제한이 없었습니다.
대법원은 이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범위에서 이용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셋째, 이미 사용료를 받는 시장이 있었습니다.
해당 저작물을 학습자료로 사용하려면 이용허락을 받고 사용료를 지급하는 시장이 이미 형성돼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기출문제 등의 학습자료를 인터넷으로 제공하는 시장 역시 장래 형성될 가능성이 있는 시장으로 봤습니다.
따라서 무료로 장기간 공개하면 원래 저작물 이용 시장의 수요를 대신하거나 시장가치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넷째, 이용 방법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평가원은 복제방지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저작물을 장기간 공개했고, 일부 저작물은 출처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이용 방법을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섯째, 이용허락을 받아 제공하는 방법도 가능했습니다.
평가원은 정부출연금 등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었고, 저작권신탁관리업자가 받는 사용료도 일정한 절차에 따라 정해지고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평가원이 사용료를 지급하고 이용허락을 받은 뒤 기출문제를 제공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고, 이를 통해 학습자료 제공이라는 공익과 저작자의 이익 사이의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고 봤습니다.
결국 이 사건에서는 공익적·비영리적 목적이 있었다는 사실 하나보다 실제로 저작물을 어떤 방식과 범위에서 이용했는지가 함께 중요했습니다.

공정이용은 이 다섯 가지부터 확인하세요

비영리단체나 공공기관이 저작권 청구를 받았다면 먼저 실제 제작물과 배포 기록을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원작을 그대로 썼는지, 새로 만든 콘텐츠의 일부로 이용했는지
저작물 전체를 썼는지 일부만 썼는지
게시 기간과 열람 대상에 제한을 뒀는지
해당 저작물을 정당하게 구매하거나 이용허락 받을 수 있는 시장이 있었는지
저작자·작품명 등 출처를 밝혔는지
사진이나 그림처럼 한 작품 전체를 사용했다면 이용 비중이 높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글이라면 어느 정도의 분량을 이용했는지가 중요합니다.
게시 기간과 대상도 함께 봅니다. 행사 기간에만 공개했는지, 특정 사람에게만 제공했는지와 달리 아무런 제한 없이 장기간 공개했다면 불리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스톡 이미지, 폰트, 음원처럼 이용허락과 판매 시장이 분명한 저작물이라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중요합니다.
출처 표시도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출처를 밝혔다고 해서 저작물 이용이 자동으로 적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공정한 이용에 해당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출처는 밝혀야 합니다.
저작권법 제37조 제1항은 출처 명시 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공정한 이용을 정한 제35조의5는 그 예외 목록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공정이용이 어렵더라도 청구금액은 별개입니다
위 항목 중 불리한 사정이 있다고 해서 상대방이 요구한 금액까지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는지와 얼마를 배상해야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청구를 받았다면 실제 제작물뿐 아니라 사용한 저작물, 게시 기간, 배포 대상, 이용 범위와 상대방이 제시한 손해액 산정 근거를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회신 단계에서 쓰지 말아야 할 표현과 먼저 요구할 자료를 함께 보시면 됩니다.
법무법인 이현은 실제 제작물과 배포 경위를 확인해 공정이용을 주장할 여지가 있는지 먼저 검토하고, 그 여지가 크지 않다면 청구금액을 별도로 다툴 부분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무료로 나눠준 자료인데도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나요?
그럴 수 있습니다. 돈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은 공정한 이용을 판단할 때 고려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그것만으로 판단이 끝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도 공익적·비영리적 측면이 있었던 사건에서 원작의 변형 정도, 이용한 범위, 시장에 미치는 영향, 이용 방법 등을 함께 따져 공정이용 여부를 판단했습니다.
Q. 행사가 끝난 뒤에도 자료를 내려두지 않았는데 문제가 되나요?
게시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은 점은 반드시 필요한 범위에서 저작물을 이용했는지 판단할 때 불리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앞서 본 대법원 사건에서도 시험이 끝난 뒤 기출문제를 수년 동안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게 공개한 점이 판단에 포함됐습니다.
오래 게시한 경우 기간을 나눠 보는 방법은 소멸시효를 다룬 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Q. 출처를 밝히면 괜찮은가요?
출처를 밝힌 것만으로 저작물 이용이 적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반대 방향도 중요합니다. 공정한 이용에 해당하더라도 저작권법 제37조에 따른 출처 명시 의무는 원칙적으로 남습니다.
앞서 본 대법원 사건에서도 일부 작품의 출처를 밝히지 않은 점이 이용 방법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사정 중 하나로 고려됐습니다.
Q. 교육 목적이면 자유롭게 쓸 수 있나요?
아닙니다. 저작권법 제25조는 학교교육 목적의 저작물 이용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만 적용 대상과 이용 조건이 정해져 있습니다.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학교, 「유아교육법」·「초·중등교육법」·「고등교육법」에 따른 학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교육기관 등 법에서 정한 학교·교육기관 등이 대상이 됩니다.
앞서 본 대법원 사건에서는 해당 공공기관이 당시 저작권법 제25조에서 정한 교육기관이나 교육지원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저작권법 제25조 제1항부터 제4항에 따라 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보상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다만 고등학교 및 이에 준하는 학교 이하의 학교에서 수업 목적으로 복제·배포·공연·전시·공중송신하는 경우에는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습니다.
일부 이미지는 AI 생성 연출 컷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