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 계정정지, 202억 오류 전액 반환 판결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중 일부는 AI로 생성되었으며, 실제 사건 당사자나 특정 인물·장소와 무관한 가상의 이미지로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되었습니다.
본 글에서 인용한 판결(서울북부지방법원 2024가합22393, 2025가합20759)은 실제 확정판결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나, 사건 당사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일부 표현이 각색·순화되었습니다. 정확한 사실관계는 판결서 원문을 기준으로 합니다.
어느 날 계정에 찍힌 202억 원
가상자산 거래소를 홍보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제휴 프로그램'이라는 게 있습니다. 자신의 블로그나 SNS에 거래소 가입 링크를 올려두면, 그 링크로 가입한 사람이 거래할 때마다 발생하는 수수료의 일부를 나눠 받는 방식입니다.
한 이용자도 이런 식으로 거래소와 제휴를 맺고, 매일 꾸준히 일정 수수료를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새벽, 평소와는 자릿수부터 다른 금액이 계정에 찍혔습니다.
시가로 환산하면 무려 202억 원. 나중에 밝혀진 원인은 어이없게도 거래소 측 프로그램 코드의 실수였습니다. "거래된 자산의 수량"을 곱해야 할 자리에 실수로 "거래된 자산의 가격"을 넣는 바람에, 수수료가 실제보다 수만 배 부풀려져 계산된 것입니다.

여기서 이 이용자가 마주한 선택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큰돈이 갑자기 들어올 리가 없는데, 확인해봐야 하나?" 아니면 "일단 내 계정에 찍혔으니 내 돈이다"라고 생각하고 움직이느냐입니다.
이 사람은 후자를 택했습니다. 찍힌 금액 중 일부(약 173만 테더, 당시 시가로도 수십억 원대)를 다른 가상자산으로 바꿔서 외부 계정으로 아홉 차례에 걸쳐 이체해버렸습니다.
바로 이 지점이 이후 소송 전체의 운명을 갈랐습니다. 평소 하루 평균 수수료의 26,572배가 넘는 금액이 찍혔다는 건, 상식적으로 봐도 정상적인 수수료 지급이 아니라는 신호였기 때문이죠
거래소는 왜 계정을 막았고, 법원은 왜 오류라고 봤나
거래소는 사고를 인지하자마자 두 가지 조치를 취했습니다.
조치 ① 잔액 차감
외부로 아직 안 빠져나간 나머지 금액을 이용자 계정에서 다시 차감했습니다.
조치 ② 계정 이용제한
문제가 된 계정 전체(제휴 계정 + 일반 계정)에 대해 출금정지 및 이용제한조치를 취했습니다.
이용자 입장에선 "내 계정을 마음대로 왜 막느냐"는 억울함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상자산 거래소 이용약관에는 이런 조항이 들어 있습니다.
"이용자가 보유한 자산이 범죄 수익이거나 위법하게 소유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이용자의 행위가 거래소에 법적 책임을 유발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거래소가 재량으로 계정을 제한할 수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계정정지는 이런 근거 조항에 따라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이번 사건에서도 법원은 이 조치 자체는 약관에 따른 정당한 조치였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다면 법원은 무엇을 근거로 "이 돈은 잘못 찍힌 것"이라고 판단했을까요. 거래소는 소송에서 "이 돈은 원래 지급해야 할 수수료가 아니라 시스템 오류로 잘못 찍힌 것"이라고 주장했고, 이용자는 "정당하게 받은 수수료다"라고 맞섰습니다. 법원은 여러 정황을 종합해서 거래소 손을 들어줬습니다.
평소 수수료는 하루 평균 약 576테더 수준인데, 문제의 금액은 이 평균의 26,572배를 초과
평소엔 수수료가 10~20회에 나눠서 조금씩 적립되는 패턴이었는데, 이 금액은 한 번에 통째로 찍힘
거래소가 문제를 인지한 직후 "기술적 오류로 제휴 계정 접근을 일시 차단한다"는 공지를 실제로 올림
거래소가 제출한 소스코드에서 실제로 계산 오류가 있었던 부분을 특정해서 제시

이용자 측은 "거래소가 제출한 자료를 믿을 수 없다"고 다퉜지만, 정작 어느 부분이 왜 틀렸는지는 구체적으로 지적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법원은 "이 돈은 시스템 오류로 잘못 찍힌 것"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계정에 찍힌 숫자 = 내 소유가 아니다?
여기서 꼭 알아야 할 개념이 하나 있습니다. 거래소 계정 화면에 찍힌 숫자는 "내가 그 가상자산을 실제로 갖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는 겁니다.

실제로는 거래소가 모든 이용자의 자산을 하나로 모아 관리하는 계좌(옴니버스 계정)에 실물처럼 보관하고 있고, 개인 계정에 찍힌 숫자는 그저 "거래소에게 이만큼 돌려받을 권리가 있다"는 장부상 표기에 불과합니다. 법원은 이 구조를 "임치와 비슷한 계약 관계"라고 설명했습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오류로 잘못 찍힌 큰 금액을 실제로 인출해서 써버리면 법률상 원인 없이 이익을 얻은 것이 되어, 민법상 부당이득으로 그대로 돌려줘야 하는 의무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화면에 찍혀 있었으니 내 돈인 줄 알았다"는 사정은 반환 의무를 면제해주지 않습니다. 결국 이 이용자는 외부로 빼돌린 가상자산(또는 그 시가 상당액)을 거래소에 돌려줘야 한다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계정정지도, 약관도, 이의제기가 안 통한 이유
이용자는 소송에서 "계정을 막은 것도 부당하고, 거래소가 남은 잔액을 마음대로 차감한 것도 불법행위"라며 맞소송(반소)을 걸었습니다. 크게 두 가지 논리였습니다.
주장 ① 약관 자체가 무효다
"거래소가 단독 재량으로 계정을 막을 수 있다"는 조항이 이용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불공정 약관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가상자산이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많아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근거로 이 조항이 부당하게 불공정한 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실제로 2024년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도 비슷한 취지의 규정이 있다는 점도 언급됐는데, 다만 이 법은 이 사건 발생 시점(2023년)보다 나중에 생긴 것이라 직접 적용되진 않았고, 법원은 이런 입법 흐름이 있다는 걸 참고 논거 정도로만 삼았습니다.
주장 ② 약관을 제대로 설명받은 적 없다
원칙적으로 사업자는 계정 정지처럼 이용자에게 불리한 중요 조항은 미리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 이용자는 가상자산 관련 지식이 상당하고, 여러 거래소에서 비슷한 제휴 활동을 해온 경력이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 정도 경력이면 굳이 설명 안 해줘도 이런 조항이 있을 거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고, 설명의무 위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두 논리 모두 막히면서, 이용자의 반소 청구(계정정지 해제, 손해배상)는 전부 기각됐습니다.
지금 계정에 낯선 금액이 찍혔다면
이 판결이 주는 실무적 교훈을 상황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아직 인출·환전 전이라면
화면 캡처부터 남기세요. 적립 시각, 금액, 내역 화면을 캡처해두면 나중에 "나는 몰랐다"는 선의를 입증하는 데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절대 먼저 옮기거나 쓰지 마세요. 이 판결에서도 이용자가 패소한 결정적 이유는 "이체까지 해버렸다"는 행위 자체였습니다. 화면에 찍힌 상태 그대로 두면 최소한 반환 범위를 다투는 데 유리합니다.
거래소 고객센터에 서면(이메일·티켓)으로 문의하세요. 전화보다 기록이 남는 채널을 쓰는 게 나중에 "고지 의무를 다했다"는 근거가 됩니다.
이미 인출·환전까지 했다면
민법 제748조는 부당이득 반환 범위를 선의냐 악의냐에 따라 다르게 정합니다.
선의의 수익자(정말 오류인 줄 몰랐던 경우): 현재 남아있는 이익만 반환하면 됩니다.
악의의 수익자(오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 받은 이익에 이자까지 붙여 반환해야 하고, 손해가 더 있으면 그것까지 배상해야 합니다.
다만 이 판결 자체는 선의·악의를 직접 판단하지는 않았고, 부당이득의 원물(가상자산 자체)을 반환하거나 반환이 불가능하면 변론종결 시점의 시가로 환산해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즉 이미 써버렸다고 해서 반환 의무가 가벼워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시가 변동에 따른 정산 문제까지 떠안게 됩니다.
그러니 실제로 오류였음을 인지한 즉시 상환 의사를 밝히고 반환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나중에 다투게 될 반환 범위와 지연손해금을 최소화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계정이 막혔다면
거래소가 통보한 이용약관 조항 번호부터 확인하세요. 이번 판결처럼 "범죄 수익 의심"이나 "법적 책임 유발 가능성"을 근거로 든 경우, 거래소가 그 사유를 구체적으로 소명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정지 사유가 사실과 다르다면 그 증거(거래 내역, 자금 출처 등)를 정리해 이의신청하세요. 다만 이 판결처럼 거래소가 정황 증거를 충분히 갖춘 경우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인출·환전까지 진행되어 부당이득 반환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면, 형사(컴퓨터등사용사기 등) 리스크까지 함께 검토받아야 합니다. 가상자산은 형법상 재물이 아니라 재산상 이익으로 보는 것이 판례의 주류이라 황령을 이용해 임의로 인출한 행위는 횝령죄보다는 오히려 형법 제347조의심의 컴퓨터등사용사기죄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민사상 반환 의무와 별개로, 상황에 따라 형사 책임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거래소 실수로 돈이 잘못 들어왔는데, 제가 요청한 것도 아닌데 왜 제가 책임져야 하나요?
A. 부당이득 반환 의무는 고의나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법률상 원인 없이 이익을 얻었는지"만으로 판단됩니다. 오류인 줄 몰랐더라도 반환 의무 자체는 발생합니다.
Q. 계정 정지 조치에 이의를 제기하면 무조건 안 통하나요?
A.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번 사건은 거래소가 오류 정황과 법적 위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증명했고, 이용자도 관련 지식이 많은 편이라 불리하게 작용한 특수성이 있습니다. 사안마다 거래소가 정지 근거를 제대로 소명했는지, 이용자가 일반 소비자에 가까운지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이미 다른 자산으로 바꾸거나 인출해서 써버렸다면 어떻게 되나요?
A. 원물 자체를 반환하는 게 원칙이고, 반환이 불가능하면 변론 종결 시점의 시가로 환산한 금액을 지급해야 합니다. 즉 코인을 처분했을 당시 가격이 아니라, 재판이 최종적으로 끝나는 날(변론종결일)의 시세를 기준으로 배상해야 하므로, 코인 가격이 그사이 올랐다면 훨씬 더 큰 금액을 물어내야 할 수 있습니다. 사용해서 없어졌다고 반환 의무가 사라지는 게 아니므로, 최대한 빨리 상담을 받아 대응 방향을 잡는 게 중요합니다.
Q. 저는 오류로 돈을 받은 게 아니라 이유도 모른 채 계정이 막혔는데요?
A. 이 사건처럼 "오지급 의심" 외에도 자금세탁 방지(AML), 신원확인(KYC) 미비 등이 약관상 정지 사유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어떤 사유든 거래소가 그 사유를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한다는 법리(이 판결의 핵심)는 동일하게 적용되니, 정지 통보에 적힌 근거 조항과 사유부터 확인하는 게 첫걸음입니다.
